[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26)] 스타트업 정부지원의 빛과 그늘

안녕하세요? 에이프릴입니다. 오랜만에 인사드립니다. 마지막 글이 작년 6월 MBA를 졸업하면서 쓴 “MBA와 스타트업”이니, 거의 일 년 만이네요. 저는 그동안 한국에 와 있었습니다. 왜 글을 안 쓰냐는 질문을 받곤 했는데, 스타트업 키운다고 바쁜 것이 가장 큰 이유였지만, 또 다른 이유는, 한국에 와 있으면서 “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시리즈를 쓸 수가 없었어요.

드디어 태평양을 건너는 비행기 안에서 이 글을 씁니다. 채팅캣은 500 스타트업 배치 13에 조인하기로 했고, 앞으로 4개월 동안 실리콘밸리의 마운틴뷰에 머물 예정입니다. 그래서 다시 펜을 잡았습니다.

오늘은 한국에서 보낸 지난 일 년 동안 경험한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한국을 선택한 이유

채팅캣을 글로벌 회사로 만들고자 미국에서 MBA까지 한 제가 돌연 졸업과 함께 한국으로 간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채팅캣의 공동창업자이자 기술 파트너가 한국에 있기 때문인 이유도 있고, 아무래도 제가 한국 사람이다 보니 타깃 시장을 한국으로 하는 것이 초기 고객을 모으는 데 유리한 이유도 있었지만, 한국에 가기로 한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한국 정부의 스타트업 지원사업”때문이었습니다. 스타트업은 “내가 가진 모든 자원을 200% 활용”해야 합니다. 당시에는 투자 유치 전이었으니, 국가에서 스타트업을 지원해 준다는데 마다할 이유가 없었죠.

정부지원에 대한 생각: 빛

채팅캣은 사실 정부지원의 수혜자입니다. 정부지원사업 선정 과정 및 지원금 운영에 대해 불만이 없는 것이 아니지만, 정부지원을 받아 성장했다는 사실을 부정하지 않습니다. 정부의 지원금이 없었더라면, 거금을 들여 멋진 홍보 영상을 제작하지도 못했을 것이고, 바르셀로나의 MWC, 오스틴의 SXSW 등의 국제적인 행사 참여는 물론, 해외 데모 데이에 가는 것은 상상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제가 미국에서 수학할 때, 정부지원금을 받아 홍보 동영상을 제작한 것을 알고 미국 친구들은 저를 정말 부러워했습니다. 우리가 부러워하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도 스타트업이라는 이유로 국가나 주에서 지원금을 주는 경우는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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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지원에 대한 생각: 그늘

지원사업 선정과 운영에 대해서는 할 말이 참 많습니다. 한글(HWP)로 작성하지 않으면 지원 자체가 불가능한 점, 윈도우 OS 체계가 아니면 가입도 안 되는 수많은 웹사이트, 선 지출, 후 청구 지원금을 받기 위해 무려 80장의 리포트를 제출했던 기억, 분기별 성과를 보내라는 각기 다른 정부 부처에서 보내는 독촉 이메일. 구글 애드워즈(AdWords)나, 페이스북 광고가 아니면 집행 자체에 제약이 따르는 마케팅 지원금, 멘토, 전문가라고 하는 사람들의 전문 지식 부족 등등. 지원사업에 목메다가 실제 사업은 뒷전인 상황도 종종 발생했고, 그러다 보면, 내가 지금 무얼 하고 있는지 한심스러울 때도 잦았습니다.

더 나쁜 것은, 지원사업의 혜택을 위해 “평가”받아야 하는 처지에 놓이다 보니 정부의 눈치를 보는 경우입니다. 처음 장관님과의 스타트업 간담회에 초대받았을 때는 영광스러운 마음으로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소수의 인원이 일당백을 하며 어렵게 꾸려나가는 스타트업이 외부 행사에 다니다 보면 일을 할 수 있는 절대적인 시간이 줄고 집중력이 분산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데도 정부에게 밉보이기 싫어서, 뭐라도 떡이라도 하나 떨어질까 하는 마음에 거절하지 못한 경우도 있었습니다.

가장 우려되는 점은 정부에 의존적이 된다는 점입니다. 스타트업은 매번 새로운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정부지원에 의존해 초기에 문제 풀이 과정을 뛰어넘게 되면 이후 만나는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없게 됩니다. 초기에도 어렵다고 생각했지만, 해를 더할수록 스타트업은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듭니다. 때문에, 정부지원에 의존해 자생력 없이 성장한 스타트업은 이후 정부의 지원이 끊기면 위기에 봉착하게 됩니다.

스타트업 지원사업을 하는 정부에 대해 바라는 점

첫째, 일단 스타트업을 양육의 대상을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양육의 대상, 훈육의 대상으로 보니까, (관련 지식이 없는 사람들조차) 자꾸 스타트업을 측정하고 평가하려고 하는데, 그것보다는 ‘뭘 도와주면 좋을까요?’라고 물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둘째, 관리를 위해서는 예외를 허용해 주는 것이 힘들겠지만, 좀 유연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시장을 넘어 글로벌하게 성공하는 스타트업을 길러내는 것이 목표라면 불필요한 요소를 최소화하고, 일이 되도록 하는데 보다 신경을 써 주셨으면 합니다.
셋째, 겉포장보다는, 실제 사업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분들이 평가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지만, 지원서의 폰트, 간격, 길이 등에 불필요한 노력을 들이지 않고, 그 시간에 비즈니즈에 더 집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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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무리

거의 일 년 만에 다시 미국에 돌아오니 과거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입니다. 한국 스타트업을 대하는 글로벌의 시각도 지난 1년 사이 많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지난 일 년 동안 한국의 스타트업 생태계를 경험한 후라 조금 더 폭넓은 시야를 가지고 “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소식을 전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다음에는 (27) 한국 스타트업 글로벌 진출에 대한 열망과 현실에 대해 다뤄보겠습니다. 세계를 무대로 활약하는 한국 스타트업의 성공 신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한국의 스타트업, 이번 한 주도 화이팅 입니다!

글: 에이프릴 @apr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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