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스타트업 하기 (22)] 고객은 왕일까?

안녕하세요, 벤처스퀘어 독자여러분! 에이프릴입니다.

채팅캣(ChattingCat) 서비스를 가동한지 어느덧 4개월이 되었어요. 매출이 생긴 이후엔 하루하루 코앞에 닥친 일을 처리하다보면 하루가, 한주가 훌쩍 지나는 바람에 한참만에 글을 올립니다. 오늘은 스타트업 입장에서 본 ‘고객’ 및 ‘고객
서비스(Customer Service)’에 대해 적어보려고 합니다.

입장이 바뀌다

지난번 글에서 잠깐 언급했는데, 사실 저는 따지기 대마왕입니다. 특히, 미국에서 살면서 가장 많이 늘은 기술이 고객센터에 전화해 원하는 것을 받아내는 기술일 정도로 그동안 정말 어이없는 일을 많이 겪었고, 처음 미국왔을
때 영어로 전화하려면 덜덜 떨던 제가 이젠 따지기 모드가 발동하게 되면 완전히 따발총이 됩니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인턴직을 수행했는데 개인적인 일이라면 귀찮아서라도 그냥 넘어갈 일도 회사 일이다보니, 혹시나 무능력한 인재로 비쳐지지 않을까하는 자격지심에 회사에 손해나는 일이 발생하면, 아무리 작은 금액이라도
열심히 덤벼 들었죠. 그랬던 제가 비즈니스를 운영하는 입장이 된 후 ‘따지기 대마왕’은 훈장이 아니라 부끄러운 이름인 것을 깨닫기까지는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마케터로 일할 때, 저는 늘 ‘고객은 왕’이라고 생각하고 화난 고객을 만나면, 뭐라도 보상해주려고 했다면, 비용(시간, 돈)을 늘 고민해야 하는 입장이 되면서, ‘왕으로 모시기 정말 힘든 고객’을 만나면, “고객님,
그냥 채팅캣 사용하지 마세요!”라고 하고 싶어집니다.

서비스를 악용하는 고객도 왕인가?

채팅캣에 가입하면 맛보기 서비스를 이용 할 수 있도록 무료 캣잎(원어민 교정을 받는데 필요한 채팅캣의 사이버머니)이 지급됩니다. 회사로서는 100% 비용인 셈이죠. 그런데 계정을 여러개 생성해 무료 캣잎을 악용하는
고객이 생겼습니다. 서비스를 모니터링 하다보면, 이런 고객들이 눈에 띄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대처를 못하고 속이 많이 상했습니다.

이 때, “나쁜 고객(wrong customer)들에게 쓰는 시간은 좋은 고객(right customer)들에게 쓸 수 있는 시간을 낭비시킨다”라는 Lior Arussy의 글을 읽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나서 고객에게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고객님 계속 계정을 새로 생성하지 마시고 유료 사용고객이 되어 주세요!”라고요. 이후 악용 행태가 계속되면 IP를 차단시켰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나는 어떤 고객이었는가 돌이켜보게 되었습니다. 고객 입장일 때 저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얌체 고객이었죠. 미국에 오기 전까지는 돈을 내고 소프트웨어를 사본 적도 없고, 머리를 쓰면 무료로 쓸 수 있는데,
돈을 내는 것은 어리석다라고 생각했어요. ‘다들 그렇게 하니까, 혹은 나 하나쯤은’ 이란 생각을 했던 것이죠.

채팅캣의 무료 캣입을 악용하신 분들도 마찬가지겠죠. 이들이 딱히 비윤리적이어서가 아니라 사용자의 입장에서 서비스의 구멍을 이용한 것이죠.

저도 직접 회사를 만들어 보지 않았다면 여전히 얌체 노릇을 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여러분 스타트업 어렵습니다. 도움이 되는 서비스를 만나시면 꼭 댓가를 지불하고 사용해 주세요! 저도 이 지면을 빌어 그동안 저의
얌체짓 때문에 홧병나셨을 분들께 진심으로 사죄드립니다.

고객서비스 뒤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하루는 채팅캣 고객이 다른 버전의 교정안을 받아보고 싶어 문장을 ‘재전송’했는데, 온라인에 있던 원어민 튜터가 새로운 버전의 교정안을 전달하는 대신 “조금 전에 내용 보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재전송’을 처음 겪어보는
튜터가 실수한 것인데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있던 저는 튜터에게 바로 가이드라인을 보냈지만, 한발 늦었습니다. 재전송의 경우 고객은 50%의 비용을 지불하게되는데, 비용을 지불하고도 서비스를 받지 못한 고객은 매우 화가
나서 다소 감정적인 메일을 채팅캣에 보냈습니다. 저는 허겁지겁 고객 계정에 사이버 머니를 충전한 후 사과 메일을 썼습니다. 하지만 이미 메일박스에는 화가 난 고객의 두 번째 메일이 도착해 있었습니다. 요약하면 “정말
실망이다”라는 메시지였는데 어감이 좀 통렬했죠. 그동안 살면서 누군가로부터 그렇게 화가 난 메일을 받아본 적이 없는 저는 잠시 ‘멘탈 붕괴’를 경험했고, 맘을 추스려 고객에게 두 번째 사과 메일을 발송했습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그 동안 고객센터에 전화를 걸어 무례하게 행동했던 자신의 태도가 부끄러웠습니다. 전화 받는 사람과 회사가 동일하다고 생각해 늘  불쾌함을 호소하기에 바빴지 수화기 너머에 인격과 감정을 지닌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잊었습니다. 불쾌감이 여과없이 표현된 고객 메일을 받고보니, 크게 한 대 얻어 맞은 것처럼 얼얼했고, 그동안 다짜고짜 고객센터에 전화해 따졌던 저의 업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 일이 있은 후, 저는 아무리 화가나는 일이 있어도 수화기 너머에 기계가 아니라, 감정을 가진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게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은 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고객은 왕입니다. 고객이 없다면 비즈니스는 존재하지 못합니다. 회사를 운영하다보면 내 잘못이 아닌 일로 고객에게 사과해야 할 일이 수도 없이 생깁니다. 불평이 가득 담긴 메일을 받고 성격같아선
“그냥 다른 서비스 사용하세요!”라고 하고픈 맘이 간절 할 때, 맘을 다스리기는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그럴 때 ‘내가 고객의 입장’이었을 때를 생각해내고, 고객이 요청하지 않는 것까지 챙겨 감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은
고객의 신뢰를 얻는데 너무나도 중요합니다. 이렇게 획득한 신뢰는 다른 방식으로는 얻을 수 없는 회사의 소중한 자산이 됩니다.

베이비 서비스 채팅캣을 이용해 주시는 분들은 설령 불평하시는 분들까지도 사실 너무 고마운 분들입니다. 처음 고객이 채팅캣에 지갑을 열었을 때, 세상 전부라도 드리고 싶던 초심을 기억하고 고객을 대해야 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회사가 성장하고 고객이 늘면서 제가 일일이 고객 대응을 하는 것이 부담이 됩니다만  스타트업일수록 CEO가 직접 고객을 챙기는 것은 너무 중요합니다. 종종 고객으로부터 “좋은 서비스 감사합니다” 라는 메시지를 받으면
피로감이 싹 다 사라집니다.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고객입니다. 서로 한번쯤 상대방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한다면 세상이 밝고 아름다워질 거예요. 주위에 힘들게 스타트업하는 분 보시면 오늘 응원 메시지 하나 날려주시는 것 어떠세요. 고객님의 응원이
스타트업을 춤추게 합니다.

글: 에이프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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